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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국인의 소비심리와 명품마케팅

good615-남선주 2018. 9. 11. 09:18

한국인의 소비심리와 명품마케팅

 

 

 

들어가는 말

「새로운 소비 트렌드, 작은 사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어려운 경제 사정과 최고급품을 사려는 욕구가 맞물리면서 자신의 경제력으로 구매 가능한 수준의 고급품 중 소품을 구매, 심리적 만족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버버리의 머리띠, 페라가모의 키홀더, 티파니의 은목걸이 등 명품으로 인정받는 최고급 브랜드의 가격대가 낮은 소품을 구입함으로써, 「그 정도면 나도 살 수 있다」 와 동시에 「나도 ○○ 브랜드를 소비한다」는 만족감을 누리는 것이다. 요즈음 제품들은 기능적인 면에서는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물건을 지칭하는 브랜드네임을 가지고 제품을 구별한다. 즉 각각의 브랜드의 상징적인 차이를 지각하고, 그것을 구매한다. 다시 말해서 운동화가 아니라 「 나이키 」를 구매하고, 잘 써지는 볼펜이 아니라 「 몽블랑 」을 필요로 한다.

외양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명품( luxury product) 이란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오랜 전통을 가진 뛰어난 물건이다. 하지만 최근 통용되는 명품의 의미는 제품 자체보다는 제품의 상표에 초점을 맞추어, 상류층의 취향을 가진 고가의 외제 브랜드를 일컫는다. 제품의 이미지나 스타일, 감각이 중요해지고, 브랜드의 지위에 대한 상징성이 내포되면서 명품의 의미에도 특정 상표를 사용하여 위신을 얻게 되는 제품이라는 뜻이 포함되었다.명품이 일반 제품과 구별되는 특성은 우수한 품질, 세련된 디자인 같은 제품 자체의 속성과 높은 가격, 유명한 브랜드네임 등 제품을 둘러싸고 있는 외재적 단서에서 모두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우수한 품질이라든가 세련된 디자인과 같은 제품의 속성이라는 것이 주관적으로 지각되는 것이어서 명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인 또한 제품의 내재적 속성보다는 브랜드네임이나 가격과 같은 외재적 단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명품에 열광하는 소비자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단순히 브랜드의 상징성 때문만은 아니다. 외양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소비자의 행동을 강화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심리를 반증하는 현상이 바로 「 명품 대여숍 」이다.

명품을 소유하여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느끼며 자존감(self-esteem)을 갖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명품을 소유하고 사용한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나타내어 그들의 인정(social approval)을 받고 싶은 것이다. 따라서 명품 소비에 대한 욕구는 강하지만 직접 구매하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런 많은 소비자들에게 명품 대여점은 명품을 소유가 아니라 소비하고 싶은 소비자의 욕구를 저렴하게 해결해주는 굿 아이디어 상품이다. 외양을 중시하는 한국 소비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한 틈새(niche)시장인 셈이다.

소유가 존재를 결정하는 물질주의 문화

현대의 소비자들은 소비를 통해 다양하고 개인화된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그런데 그들이 구매하려는 제품들은 기능적 측면에서는 거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이 차이를 찾아낼 수 있는 부분은 제품의 외양, 즉 디자인이나 색상, 혹은 제품에 부착되어 있는 브랜드 네임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따지고, 내가 어떤 브랜드를 소유하는가 에서 차별성을 느낀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행복과 성공의 척도로 여기고,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경험하며, 자기가 소유하고 사용하는 물건을 자신의 일부, 나아가서 자신의 확장(self-extension)으로 생각한다. Csikszentmihalyi와 Holton은 그들의 저서 「 The Meaning of Thing 」에서 인간이 어떤 대상에 시간, 노력, 주의를 기울여 에너지를 투입하면 그 대상은 심리적으로 개인의 일부가 된다고 하였다.

즉 어떤 사물이라도 개인이 의미를 부여하고 노력을 기울인 것에 대해서는 자아감(sense of self)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물질이 개인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 현대의 물질문명 사회에서 우리가 소유하는 상업적인 제품들은 가장 효과적인 자기확장 수단이 된다. 이렇게 물질이 개인의 삶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커지면서 제품의 가치를 상징적으로 기호화한 「 브랜드 」는 효과적인 자기 정의(self-definition)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소비자들이 제품이 아닌 브랜드의 상징성을 소비하게 되면서 자신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브랜드의 힘은 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명품 소비의 심리적 기제

이와 같은 명품소비 현상은 이제 그동안 통념적으로 생각했던 의류나 자동차, 핸드백이나 패션제품 등 일부 내구재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콩기름보다 가격이 10배 가량 비싼 올리브유, 외제나 한방 고급 화장품, 수입된 명품 분유 등을 소비하는 현상이 이미 중산층 사이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심지어는 지난 여름 시판되기 시작한 수입 심해 생수는 기존의 시판 생수보다 가격이 무려 100배 가량 비싼데도 일부 백화점의 인기 판매제품으로 부상했다고 한다.

명품을 소비하려는 욕구는 이제 모든 제품군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명품 소비의 심리적 원인을 타인의 눈에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한 과시적 소비 현상으로 설명한다면, 집에서 개인적으로 한번 마셔 버리면 그뿐인 생수에 값비싼 돈을 지불하는 현상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들이 그 비싼 물을 마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나는 다르다 」는 특권 의식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의 광고 문구들을 보면, 「 당신은 다릅니다 」, 「 차이를 아는 귀하에게 바칩니다 」, 「 오직 특별한 몇 분만을 위한 」 등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차이에 대한 욕구를 건드리는 것들이 흔히 눈에 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 대중들은 소비하지 않던 고급시계, 명품 핸드백, 고급 자동차 등 몇 가지 품목에서의 소비를 통해 충분히 만족감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들 품목에서 명품소비 현상이 대중화되면서 그것만으로는 자신이 특별하다는 느낌을 더 이상 충족시킬 수 없게 되자,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고급 소비의 품목을 점차로 넓혀 가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개인적인 제품군으로 확장시키게 되었다.

 둘째, 대중들의 명품 소비 현상에는 「 나도 뒤지지 않겠다 」 는 경쟁의식이 중요한 심리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우리 한국인들은 동일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단일 민족으로서 가치의 기준이 단선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무엇에서건 비교의 기준이 획일적이다. 즉, 다양하지 않은 가치구조때문에 어떤 현상에서건 서열이 확연히 드러난다. 어떤 것에서든 최고, 최대, 일류 등의 수식어를 붙이기를 좋아하는 현상이 이런 단선적 가치구조를 드러낸다. 우리는 일등에 대해서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이등부터는 꼴찌와 비슷한 대접을 한다. 영어를 처음 배우던 중학교 시절, 세컨드 베스트(second best)라는 말을 보면서 『 두번째로 가장 좋다니, 이 런 말이 어디 있어?』 하며 이해 못했던 것은 어쩌면 우리 문화가 형성해 준 단일한 가치 기준이 머리 속에 확고해져 있었던 탓이다. 현대사회의 특징은 개인의 노력으로 사회적 신분이동이 자유롭다는 것인데, 물질적 성공이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고, 소유물이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오늘날의 사회문화는 자연스럽게 남들이 알아주는 최고의 브랜드를 소유하는 것과 같은 소유의 경쟁으로 삶의 목표를 경도시키고 있다. 즉, 남들이 다 갖는 명품을 나만 소유하지 못했을 때 열등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것이다.

셋째로 상류층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체면의식이 명품 소비를 부추기는 심리적 요인이다. 흔히 체면 소비는 관혼상제와 같은 의례적 소비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오래 전부터 지적된 것인데, 최근 명품 소비의 대중화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설명된다.

즉,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신분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보다는 남의 이목을 의식하여 겉모습을 과대포장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자신의 체면이 유지되고 얼굴이 선다고 생각한다. 넷째는 동조하려는 욕구에서 기인된다. 우리는 집단주의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로서, 개인의 정체성보다는 개인이 속한 집단의 정체성으로 자신을 인식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리고 자신이 소속된 집단의 규범과 맞지 않는 행동을 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로부터는 무언의 압력을 받고 스스로 불안감을 갖게 된다. 따라서 모든 행동에는 행동의 기준이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고, 그 기준을 따라 행동하며 다른 사람과 잘 어울려 개인적 존재가 고립되지 않을 때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자신이 어울리고 있는 준거집단이 명품을 소비하면 자신은 그런 것에 대해 관심이 없던 경우라도 차츰 자신이 속한 주위 사람들과 같아지고 싶은 동조 성향 때문에 명품을 구매하고 사용한다. 이런 경우 개인의 자발적인 선호에 의해 명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준거집단의 취향과 기준에 따라, 즉 유행에 따라 계속적으로 새로운 명품 브랜드를 구매하게 된다.

품위로서의 명품에서 스타일로서의 명품으로

해외의 명품 브랜드들은 그 동안 일부 상류층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소비 성향이 강한 20∼ 30대가 주요 고객층으로 부상하였다. 일례로 한 백화점의 연령별 해외 명품에 대한 판매량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매출 비중이 1999년에는 3.1%에 불과했으나 2002년에는 13%로 증가하였고, 30대 역시 최근 3년간 28% 대의 높은 비중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명품소비 현상이 일반 대중으로, 그리고 젊은 층으로 확산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기성세대에게 명품의 이미지는 품위와 품격, 부유함과 같은 사회적 지위(social status)와 관련된 상징들이 연합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젊은층은 해외 명품 브랜드에 대한 노출 기회와 지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명품 브랜드들 사이에도 이미지 면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즉, 디올의 화려함, 아르마니의 자유로움, 프라다의 세련됨 등 각각의 명품 브랜드가 표현하는 브랜드 개성(brand personality)을 소비하고 있다.

맺음말

아무리 비싼 값을 지불한 명품이라도 자신의 기호가 변하여 더 이상 자신을 표현하지 못한다고 생각되면 가치가 없어지고,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으면 주저 없이 장롱 속으로 폐기해 버린다. 이와 같은 현상은 개인화되고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 집단이 점차 늘어나면서 앞으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아무리 값비싼 제품이라도 그 브랜드만의 독특한 개성이 느껴지지 않는 브랜드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되고, 소비자가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이미지와 스타일이 무엇인가를 먼저 알아차리고 나아가서는 그런 것을 제시해주는 브랜드만이 진정 명품 브랜드로서의 지위와 위치를 지켜나갈 것이다. 그리고 브랜드의 개성을 소비자에게 가장 잘 전달하는 방법이 바로 광고인 것이다

출처 : 섬유인
글쓴이 : 달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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